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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망 중립성 개편은 4차 산업혁명 성공 필수요건

최고관리자
2018-07-23 11:20 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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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 중립성 정책을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건 5세대(5G) 이동통신을 넘어 4차 산업혁명 성공을 위한 '전제조건'이다.

자칫 망 중립성 정책이 4차 산업혁명 중추신경이 될 5G 투자와 새로운 서비스 출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는 망 중립성이 '차등 금지'라는 선언적 의미뿐만 아니라 망 투자비용 분담, 5G 신기술 도입, 이용자부담 완화 등 중요한 의미를 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을 5G 시대에 걸맞게 전면 개편하고 제로레이팅과 망 이용대가 등 이용자와 산업계가 모두 혜택을 누리는 방향으로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과 제로레이팅

통신사는 5G 시대에는 이전과 다른 망 중립성 정책이 필요하다고 한 목소리다. 망 중립성 개편이 전제되지 않으면 5G 서비스 출시는 물론 네트워크 투자마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망 중립성 정책 변경 없이 불확실성이 커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요지다.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서 규정한 '관리형 서비스'에 부합하는 서비스로는 IPTV가 있다. 관리형 서비스란 일반 인터넷(최선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안에서 특별히 제공하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볼 수 있다.

IPTV는 일반 인터넷이 아닌 별도 망을 통해 제공한다. 애초에 일반 인터넷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구조다.

이러다보니 '관리형 서비스=별도 망'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하지만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은 하나의 망을 가상으로 구분할 뿐 실제 물리적으로 구분하는 게 아니다.

이에 네트워크를 슬라이스해, 일부를 '패스트 래인'으로 운영하는 게 망 중립성 위반인지 아닌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5G 패스트 래인은 관리형 서비스로 보면 된다”는 입장이다.

통신사는 차제에 분명히 규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서비스 출시 이후 논란이 없도록 사전에 정확하게 정의하자는 취지다.

통신사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면서 “5G 서비스 설계가 쉽도록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로레이팅도 망 중립성과 엮이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제로레이팅은 통신사 혹은 콘텐츠 사업자(CP)가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자가 무료로 콘텐츠를 이용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특정 콘텐츠만 이용요금을 차별한다는 점에서 망 중립성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특히 중소CP는 대형 CP가 막강한 자금력으로 제로레이팅을 활용, 궁극적으로 중소 CP를 고사시킬 것으로 우려했다.

공정경쟁 논란도 제기된다.

박경신 고려대 교수는 “통신산업은 집중도가 매우 높다”면서 “제로레이팅을 허용하면 시장지배력 전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일반 제로레이팅이 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는 다수가 공감한다. 제로레이팅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경쟁 등 문제는 사후규제로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김경진 의원과 김성태 의원 등 다수 의원이 제로레이팅을 통신비 인하 수단으로 인식하고 있다.

◇무임승차, 협상력 불균형

망 중립성 논란이 벌어진 근본 원인은 '망 투자비용 분담'을 둘러싼 갈등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망은 당연히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가 투자하는 것'이라는 시각 자체가 CP 혁신을 장려하기 위한 '망중립성 개념의 환상'이라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ISP가 인터넷 생태계에서 절대 힘의 우위를 갖던 시절을 반영한 게 고전적 망 중립성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거대 ISP 사업자가 망 관리 권한을 무기로 휘두른다면 이용자와 CP 모두 대항력을 잃고 인터넷 혁신과 개방성, 언론자유 등은 사라질 것이라는 두려움을 반영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면서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글로벌 CP가 등장하면서 힘의 균형이 바뀌었다.

전 지구적 영향력을 가진 CP는 특정 국가에서만 영향력을 발휘하는 ISP보다 강력한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CP가 ISP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망 무임승차 문제가 불거졌다. ISP가 적절한 망 이용대가를 요구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더욱이 인터넷망을 통한 국경 간 공급이 이뤄지면서 정부조차 글로벌 CP를 규제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ISP는 망 투자비용을 이용자로부터 회수할 수밖에 없다. 통신요금이 좀처럼 낮아지기 힘든 이유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정부의 강력한 요금인하 정책으로 요금을 통한 망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워지자 ISP는 진퇴양난에 빠진 것이다.

망 중립성 정책 변경을 통해 글로벌 CP로부터 합리적 망 이용대가를 받지 못한다면 ISP는 망 투자에 곤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5G 시대를 맞아 고화질·대용량 동영상 시청이 일반화한다면 ISP 고통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대해 국내 망 이용대가가 외국에 대해 비싸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는 사실을 왜곡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왜냐하면 이용약관에 명시된 '정가'의 10분의 1 수준에 망을 제공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일부 해외 콘텐츠 전송 사업자(CDN)가 한정된 기간에만 제공하는 '특별가격'이 마치 원래 가격인 것처럼 국내 망 이용대가를 부풀려 말한 게 오해를 낳고 있다.

◇망 중립성 정책 변화

미국과 같은 망 중립성 규제 전면 철폐는 논의 대상이 전혀 아니라는 점은 여러 차례 진행한 토론회, 인터넷 상생발전협의회 등에서 확인됐다.

일반 이용자는 물론이고 중소 CP 이용부담을 높이는 것과도 무관해야 한다는 게 망 중립성 정책 개편의 필수요건이다.

망 중립성 개편 논의를 이용자부담 완화, 5G 기술 변화 반영, 대형 CP 망투자비용 분담으로 좁혀야 불필요한 논란을 없앨 수 있다.

모호하고 느슨한 형태로 규정한 망 중립성 가이드라인에 엄밀한 용어 정의, 정확한 기준 설정, 5G 신기술 등을 반영하는 게 당면과제다.

5G 네트워크 슬라이싱 상황에서 최선형 서비스와 관리형 서비스를 명확히 정의하고 최소 속도 등의 기준을 설정하자는 요구가 지속된다.

현 가이드라인에서는 2개 서비스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한 상황에서 어떤 슬라이스를 최선형과 관리형으로 구분할지 정의하지 않으면 서비스 출시 이후 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통한 '급행차선'이 관리형 서비스인지 아닌지 불확실성도 제거해야 한다.

통신사업자는 불확실성 탓에 5G 서비스 설계에 애를 먹고 있다고 호소한다.

'최선형 서비스 품질이 적정 수준 이하로 저하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관리형 서비스를 제공해도 된다고 했는데, 5G에서 '적정 수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합리적 트래픽 관리 범위를 넓히자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금은 보안성, 안정성, 망 혼잡 해소 등으로 '합리적'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했다.

특히 '망 혼잡'은 보기에 따라 확장 여지가 있다. 일시적으로 트래픽이 몰려 혼잡이 발생하는 것도 망 혼잡으로 볼 수 있지만, 평상시 특정 ISP 트래픽을 과도하게 이용하는 것도 망 혼잡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글로벌 CP가 A 통신사 트래픽의 50%를 장악한다면, 이를 망 혼잡으로 보고 최소한의 망 관리 권한을 ISP에게 줘도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CP는 ISP보다 큰 협상력을 가진 경우가 많아 망 중립성 원칙의 보호 대상인지 의문”이라면서 “대용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대형 CP는 별도 관리형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유도해 최선형 서비스를 보호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