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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설정선 부회장, 위험사회 극복을 위한 정보의 소통

최고관리자
2012-01-18 11:26 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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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선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부회장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위험사회에서 어떻게 대처하며 살아가느냐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긴급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연에 의한 재앙이 첨단 시설을 공격했을 때 벌어지는 공포의 광경을 보며, 위험사회라는 울리히 백의 지적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백은 저서 '위험사회'에서 풍요를 추구하는 현대사회가 풍요로움의 이면에 위험을 양산하고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전기를 생산하여 우리를 편리한 세상으로 이끌 것으로 믿었던 원자력이 한 순간에 극단적인 위험도 생산하는 것으로 뒤바뀌게 되었듯이 말이다. 이를 계기로 우리가 과연 안전하고 예측 가능한 세계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안전의 추구가 적어도 당분간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될 것임은 분명해 보인다.

안전의 추구와 관련해서 여러 가지 유 무형의 방안들이 준비될 필요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정보의 소통은 최소한의 필요조건 중의 하나가 아닐까한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강국으로 각종 유,무선 통신망이 튼실하게 구축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적어도 소통의 단절로 인한 위험의 가속화를 차단할 환경이 어느 정도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울시는 대형화재나 사고 등 긴급 재난 발생 시 위험상황을 자동으로 탐지해 신속히 전파하고 응급대책, 행동요령 등을 안내하는 모바일 안전시스템을 구성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모바일 환경을 이용한 '모바일서울(m.Seoul)'을 통해 재난과 위험에 관련된 다양한 소통과 정보교류를 꾀하려는 것이다. 더불어 앞으로 모바일 안전서비스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여 유괴와 테러 등에 관한 안전서비스까지 제공한다니 체계적인 위험대책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이미 국제적으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한 재난대처 및 정보공유 시스템이 구축되기도 했다. 지난 2007년 케냐의 비영리 기술기업 우샤히디(Ushahidi)가 개발한 재난지역 구호활동용 온라인지도 플랫폼이 그것이다. 이것은 케냐의 부정부패를 차단할 목적으로 시작되었지만,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이 휴대폰과 인터넷 등을 이용해 즉각적으로 상황을 제보하여 실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구호활동 서비스로 발전하였다. 이를 통해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아이티 대지진, 러시아 산불, 런던 지하철 파업 등 국가적인 위기상황에서 대처 능력을 고양시키며 구호활동을 지원한 바 있다.

문제는 일본의 대지진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통신 인프라가 확고히 조성되었는지의 여부이다. 아무리 평상시에 무리 없이 작동하는 시스템이라 할지라도 위험상황에서 대처하는 데는 역부족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대지진의 상황에서만 해도 유, 무선 전화 사용량이 최대 91배까지 급증해 연결이 지연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그래도 스마트폰을 통한 SNS가 비교적 제구실을 하여 이용자들의 소통을 돕고 국제적 연대를 꾀하는 데 일조할 수 있었다.

최근 널리 보급되고 있는 스마트폰은 유비쿼터스 환경을 일상생활로 끌어들여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데 최적의 도구라 할 수 있다. 더욱이 안전의 추구가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면서 스마트폰은 협력하는 세상을 만드는 기회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가 통신 인프라 확대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 무선 통신망 구축이 우리의 삶을 안전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미래의 위험에 대처하는 힘을 기르는 유용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통신 이용자의 입장에서 당장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비용(이용요금)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위험사회에서 미래의 안전을 도모해야 한다면, 유, 무선 통신망 확충에 노력중인 통신 사업자들의 입장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통신 인프라의 확충이 미래의 재앙을 최소화 하는 유력한 도구 중 하나임을 상기하는 게 위험사회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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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