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챗GPT 다음은 오감 개념 학습 AI...저작권 기준도 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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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3.04.05. 오전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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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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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AI연구원 원장 인터뷰
"챗GPT 등장으로 구글 검색 서비스 뒤흔들려" 키워드 검색 시대 사실상 종말
"네이버 카카오 AI 연구 성과 있지만 언어에서 한계 예상"
챗GPT가 불붙인 생성형 AI(인공지능) 열풍이 인류의 삶에 새로운 물음을 던지고 있다. AI는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AI와 인류는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AI연구원 원장은 "2000년 머신러닝이 적용된 이후 AI가 급속도로 고도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 AI연구원(AIIS)에서 만난 장 교수는 "챗GPT도 머신러닝의 일종인 딥러닝의 발전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앞으로는 대화형 AI 서비스가 많이 선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MS와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이 AI 경쟁을 벌이는 것과 관련해서는 "챗GPT의 등장으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손으로 쓰는 글에서 말로 하는 대화로 바뀔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의 AI 연구도 성과가 있긴 하지만 언어에서 한계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AI 생성물에 대한 저작권 이슈에 대해서는 "몇 단어만 가져다 썼거나 문장 전체를 표절 했을 수 있다"며 "어느 부분까지 저작권 표절로 보아야 할지 등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병탁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부 교수 겸 AI연구원 원장 [사진=박진영 기자]


장 원장은 1980년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컴퓨터 자연어 처리를 공부했고, 30년 이상 AI연구에 몰두해 온 국내 최고 AI전문가 중 한 명이다. 2020년 12월 서울대 AI연구원이 생긴 첫 해부터 현재까지 원장직을 맡고 있다.

다음은 장병탁 원장과의 일문일답.

Q. 30여년 간 AI연구에 몰두해 온 학자로서 챗GPT 열풍을 어떻게 보나

A. 챗GPT로 인해 일반인들도 쉽게 AI를 경험할 수 있게 됐다. AI의 대중화가 실현된 것이다. AI 연구에서 텍스트 관련 연구를 가장 많이 했고 한동안 많은 영역에서 대화형 AI를 서비스에 적용하는 사례가 많이 나올 것이다.

AI 연구 역사를 돌아보면 2000년 전후로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인공지능 구현에 '머신러닝'을 적용하면서부터다.

1950년대부터 서양 장기인 체스를 이기기 위해 AI를 개발했는데 1997년 AI가 인간을 체스에서 이겼다. 47년이 걸렸다. 그런데 체스보다 어려운 바둑에서 알파고는 개발 6년만에 인간을 이겼다. AI학습 방식을 바꾸면서 AI가 더 어려운 것을 더 빨리 풀 수 있게 된 것이다.

챗GPT도 머신러닝의 일종인 딥러닝의 발전 과정에서 나온 것이고, 대화형으로 하는 모든 분야에 응용이 가능해졌다.

Q. 챗GPT가 데이터를 읽고 요약하는 능력이 기대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가 있다

A. 챗GPT는 긴 연설문이나 보고서, 파워포인트, 엑셀 등 문서 생성 작업을 잘한다. 매우 많은 문헌과 텍스트 자료를 학습했기 때문이다. 이후 선보인 GPT-4는 사진 인식도 가능하다.

챗GPT가 언어로 이뤄진 내용을 종합하고 요약하는 측면에서 인간보다 뛰어날 수 있지만, 인간 수준의 AI라고 말할 수는 없다. 자연스러운 대화는 아직 어렵고, 보고 듣고 느끼는 오감 개념도 아직 학습하지 못했다.

챗GPT가 다양한 영역에 접목되고 있지만, 향후에는 챗GPT를 AI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다.

Q. 그렇다면 챗GPT 다음에는 어떤 AI를 기대할 수 있나

A. 챗GPT는 책으로만 와인을 공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와인을 마셔본 적도, 느껴본 적도 없다. 챗GPT는 AI연구에서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인간 수준의 AI로 가려면 언어 학습을 넘어 체화된 학습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촉감이나 행동 데이터도 학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인공지능에 신체가 필요하다. 서울대 AI연구원에서 로봇을 연구하는 이유다.

신체를 통해 학습한 체화된 인공지능인 '임보디드(embodied) AI'가 나올 것이고, 학자로서 내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이기도 하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자기 반성적인 사고까지 가능한 AI를 꿈꾼다.

Q.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생성형AI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승패는 어디서 갈릴까

A. MS가 오픈AI에 11조를 투자하면서 AI를 상업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고 있다. AI분야 선두주자였던 구글과 대적할 정도이지만 두고 봐야 한다. 챗GPT가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AI 기술 경쟁력은 모든 부분에서 열려 있다.

기존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손으로 쓰는 글에서 말로 하는 대화로 바꾸는 데 AI가 핵심인 것은 확실해졌다. 그간 컴퓨터 도구는 키보드에서 마우스, 스마트 터치로 발전해왔는데 조만간 대화 방식을 위한 새로운 도구가 대세가 될 것이다.

구글의 키워드 검색 방식의 사업 모델을 완전히 뒤흔들 수 있다는 의미다.

Q. 챗GPT에 자극을 받은 네이버와 카카오가 생성형AI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A. 국내에서도 기술력 있는 AI알고리즘 모델을 다수 보유하고 있으나 결국엔 데이터가 문제가 될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한국어와 관련해선 강점이 있겠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데에는 (언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Q. 생성형AI가 만들어낸 이미지 등의 콘텐츠와 관련해 저작권 문제가 부각되고 있는데

A. 생성형 AI가 나오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단순히 저작권이 있는 데이터를 학습한 것이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생성형AI가 문서 한 페이지를 작성하는데 몇 단어만 가져다 썼을 수도 있고, 혹은 문장 전체 구조를 표절했을 수도 있다. 어느 부분까지 저작권 표절로 보아야 할 지 등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 표절인지 아닌 지에 대한 경계를 어떻게 찾을 것인지는 매우 풀기 어려운 문제다.

Q. AI가 인간의 많은 업무 영역을 대체하면서 결국 일자리까지 위협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A. 어중간한 업무는 AI가 더 잘한다. (일반 사무직과 같이) 단순·반복적이면서 범용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은 AI로 대체될 것이다. 고도의 사고력과 의사결정이 필요한 상위의 전문가는 대체할 수 없다. 현재 챗GPT와 같은 AI는 체화된 인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챗GPT가 일반적인 이야기는 놀랍도록 잘하지만, 언어나 문화가 녹아있어 가능한 미묘한 의사소통까지는 불가능하다.

Q. 서울대AI연구원에서는 AI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고 있나

A. AI는 컴퓨터공학과 같은 코어 기술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영역과 결합돼야 의미가 있다. 연구원이 다양한 산업과의 공동 연구에 적극적인 이유다.

GC녹십자와 협력해 AI기반 신약 개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산업별 인재 양성에 참여하고 있다. 또 농심의 장학재단인 율촌재단의 후원으로 AI융합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장학생 선발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Q. 궁극적으로 AI가 인간에 가까워지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

A. 인간의 감성 영역은 컴퓨터 공학 관점에서 빠른 계산법으로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독뱀을 만났을 때 두려움을 느낄 수 없는 인간은 죽을 것이다. 뇌과학에서는 인간은 생존하기 위한 계산적 판단으로 두려움이라는 감성을 배운다.

그동안 AI연구에서 이성과 감성을 분리해왔는데 이를 결합한 연구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몸으로 느끼는 인지적 과정이 필수다. 로봇을 통해 행동하면서 스스로 학습하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AI가 구현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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