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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금융IT 재하청 '대금 미지급 구제장치' 시급

최고관리자
2020-08-31 08:51 8,8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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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계약을 맺은 시스템통합(SI) 기업이 경영난에 처하면서 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하위 재하청 기업이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재하청 기업 조기 대금 지급 등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 장치를 마련한 대기업과 대조적으로 금융 정보기술(IT) 부문의
비효율적 사업 구조는 논란이 돼왔다. 금융권도 재하청 기업 피해를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IBK기업은행이 추진하는 자산관리 구축 프로젝트(2019년 11월∼2020년 10월)에 참여한 중소 소프트웨어(SW) 업체가
대금을 몇 달째 지급받지 못해 자금 압박에 시달린다.

기업은행은 자회사 IBK시스템을 통해 중소 IT서비스 업체 ABC솔루션에 사업을 맡겼다. ABC솔루션은 코로나 사태로
경영난에 직면하자 6월 초 프로젝트 하차 의사를 밝혔다.

ABC솔루션과 계약한 SW 기업 네 군데가 추가 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기업은행은 IBK시스템을 통해
3월까지 진행한 분석·설계 단계 대금을 ABC솔루션에 지급했다. 그러나 이후 최종 인력 철수까지 근무한
2개월 9일 치 대금은 지급하지 않았다.

ABC솔루션과 계약을 한 만큼 ABC솔루션이 사업을 수행한 시점(3월)까지 대금만 지급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중소 SW 기업당 많게는 1억원 이상에서 적게는 8000만원가량을 받지 못했다. 업계는 ABC솔루션이 아니라 기업은행에
대금 지급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중소 SW 기업 대표는 “원도급자 ABC솔루션이 프로젝트를 그만둔 상황이라 발주처가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기업은행, IBK시스템 모두 대금 지급을 거부한다”면서 “기업은행은 IBK시스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IBK시스템은
기업은행 눈치만 보며 대금 지급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중소 SW업계는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출하고 SW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다른 SW 기업 대표는 “코로나19 상황 속 자금난을 겪고 있어 대금이 계속 밀리면 직원 월급 미지급뿐만 아니라
자금난에 봉착할 상황”이라면서 “하도급분쟁조정위원회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다간 더 힘들어 질 가능성도 있어
기업은행이 적극적으로 해당 사안을 검토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IBK시스템과 IT 통합구매 대행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며 “피해를 주장하는
재하청 기업은 ABC솔루션과 인력파견 계약이 체결된 협력사로 IBK시스템과도 직접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은행은 계약서상 대금정산 스케줄에 따라 ABC솔루션에 개발비용을 이미 지급했다”며 “ABC솔루션 협력사와
직접 계약관계가 없어 은행 규정상 별도 대금 지급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IBK시스템 관계자는 “하도급 기업 상황은 안타깝지만 계약자체가 인력 공급 계약이었고 이미 ABC솔루션과 정산 문제는
완료한 상황”이라며 “현재 프로젝트 관련 ABC솔루션과 계약을 해지했고, IBK도 피해가 막심한 만큼 반환 청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SW업계는 원도급자 파산에 따른 하도급업체 대금 미지급 사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얼마든 발생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금융사가 대기업이나 제조기업처럼 상생결제 등 연쇄 도산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