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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지자체 "지역 벤처 살리자"…'투자 큰손' 부상

최고관리자
2020-05-19 08:45 5,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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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가 벤처투자 시장의 새로운 자금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지역 유망 신기술 보유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지자체 단위의 벤처펀드 출자가
늘고 있다. 벤처펀드 기획 단계부터 벤처캐피털(VC)과 협업해 지방기업 육성을 위한 펀드를 결성하는 등
 전략 목적의 투자가 활성화하는 분위기다.

18일 벤처투자업계에 따르면 광주시는 올해부터 4년 동안 AI스타트업 펀드에 총 1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광주시 산하 AI사업단과 광주테크노파크(TP)가 각각 84억원, 16억원의 재원을 출자해 500억원
규모 펀드 2개를 결성할 계획이다.

광주시의 벤처펀드 출자는 이보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AI 국가전략에 따른 것이다. 광주시는 이 계획에
 따라 오는 2024년까지 AI 중심 산업 융합 집적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단지 조성 시점에 맞춰 장기 과제로
 총 7400억원 규모의 AI 펀드 조성을 목표로 한다.

지자체 단위의 벤처펀드 출자는 최근 들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모태펀드가 출자하는 벤처펀드에 VC와
 지자체가 기획 단계부터 협업을 통해 출자 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단순 재무 투자가 아닌 전략 투자 차원에서
 출자 사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지난달 부산시는 BNK벤처투자와 'BNK지역균형성장 투자조합' 모태펀드 출자 접수 단계부터 협의했다.
총 160억원의 펀드 결성금액 가운데 15억원을 부산시가 출자했다. 이 펀드는 출자 약정 금액의 60% 이상을
 지방기업에 투자한다.

강원도 춘천시 역시 어니스트벤처스가 운용하는 벤처펀드에 40억원을 출자, 1차 모태펀드 사업에 선정됐다.
펀드 자금은 바이오·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지역 신산업인 반려동물 산업을 이끌 창업기업 육성 등에 투입된다.

기초단체 차원의 펀드 출자 사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서울시 성동구는 5억원을 출자해 총 20억원 규모의 성동
 소셜 임팩트펀드를 결성하기로 했다. 소셜벤처 발굴에 강점이 있는 액셀러레이터를 통해 성동구 소셜벤처 생태계를
 수립하고, 성장 가능성이 짙은 소셜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서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지자체 자체 출자뿐만 아니라 TP, 산하 재단을 통한 지역 출자 사업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민간 출자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와의 사전 교감을 통해 출자 확약을 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 단위의 벤처펀드 출자는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규제자유특구 등 지역기업 육성을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이 본격화하고 있는 데다 이보다 앞서 벤처펀드에 출자한 사업 역시 속속 성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노폴리스파트너스가 운용하고 있는 연구개발특구 공공기술기반펀드는 2017년 총 501억원 규모로 조성,
대구시를 비롯한 6개 지자체가 1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출자했다. 이 펀드는 대구 지역 스타트업 3개 기업을 발굴해
 대구시 출자 금액의 3배가 넘는 금액을 투자하는 등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벤처펀드에 한 번에 약정한 출자금 전액을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연 단위로 집행하는 만큼
재정 확보 차원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다”면서 “앞으로 지역기업 육성을 위해 지역 기반 VC와의 협업을 활발하게
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