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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나노코리아 2020 "나노셀룰로오스, 우리도 키운다"…'소재 기술 자립' 한 목소리

최고관리자
2020-07-03 08:31 8,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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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7월 1일 한국을 대상으로 수출관리 규정을 개정하고,
3대 품목(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에 대한 수출규제를 단행한다고 기습 발표했다.
우리나라 핵심 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을 어렵게 해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민관이 합심해 노력한 결과 생산에는 차질이 없었고, 일본의 규제는 오히려 국산화를
촉발시켜 소재·부품·장비의 국내 공급망을 보다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수출 규제가 단행된 지 1년,
'나노코리아 2020'에서도 국내 나노 기술 업계의 기술 자립 움직임이 뚜렷했다. 수입 소재를 대체하기 위한
국산화 노력과 차세대 신소재 선점을 위한 활동이 민관에서 전개되고 있었다.

◇'나노셀룰로오스 육성, 우리도 한다'

친환경 소재이자 제2 탄소섬유로 주목 받는 '나노셀룰로오스'의 국내 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이 뭉쳤다.

나노셀룰로오스 산업화 전략 포럼은 2일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나노코리아 2020'에서 발족식을 갖고
공식 활동에 돌입했다. 나노셀룰로오스 관련 단체가 국내에서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포럼에는 이승환 강원대 교수, 윤혜정 서울대 교수, 전광승 LG화학 위원 등이 운영위원회에 참여했다.
한솔제지, 국립산림과학원, CJ제일제당, LG전자, LG화학 등 17개 기관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포럼 설립을 주도한 이승환 교수는 “나노셀룰로오스에 대한 인식 확산과 산업 활성화를 도모하기 위해
포럼을 준비했다”면서 “제조 및 가공과 응용, 연구개발 전반에 걸쳐 기술교류 및 정보교환, 인적네트워크를
구축해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한편 산업 발전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노셀룰로오스는 나무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나노 수준으로 분해한 고분자 물질이다. 복합소재로 만들면
가볍고 강도가 높아지는 데다 친환경적이어서 미래 성장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본은 나노셀룰로오스를 4대 미래 신소재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제2의 탄소섬유'로 만들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나노셀룰로오스를 전략 소재로 묶어 일본에서 생산된 소재나 샘플의 해외 반출을 금지하는 한편 정부 지원으로
산·학·연 간 협력과 연구개발을 도모하고, 산업화를 유도 중이다.

이런 지원에 힘입어 올해 1월 일본에서 열린 나노전시회에는 나노셀룰로오스 참가기업이 지난해 10여개에서
올해는 30개로 늘어나는 등 산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나라는 나노셀룰로오스 후발주자지만 한솔제지, 국립산림과학원 등이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솔제지는 2010년부터 종이 원료인 펄프로부터 나노셀룰로오스를 개발하기 위한 투자에 주력, 재작년 말부터
연 30톤 규모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한솔제지는 수분산 형태의 나노셀룰로오스를 만들어 타이어 경량화와 내마모 향상,
자동차 부품 경량화 및 강도 향상, 화장품 보습성 향상 등에 나노셀룰로오스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배터리 분야 적용을 위해 2007년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한철규 한솔제지 대표는 “일본, 캐나다, EU는 정부 지원 하에 개발이 활발한 반면에 우리나라는 아직 소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면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나노셀룰로오스를 새롭게 적용하려는 시도와
융·복합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산화, 나노 기술 분야에서도 활발

 이번 '나노코리아 2020'에서는 초미세 나노 기술을 응용해 소재 국산화에 도전하는 기업과 연구기관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디스플레이, 열화상 카메라, 이차전지 배터리 등 차세대 먹거리 산업에서 쓰이는 핵심 소재가 소개됐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는 지난해 일본 수출규제 이후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분야에 쓰이는 핵심 소재
국산화 지원에 나섰다.

이번 전시회에서 선보인 소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용 컬러포토레지스트와 이차전지에 활용되는
분리막·음극용 수계바인더 기술이다.

컬러포토레지스트는 OLED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물질이다. 패널 위에 빛을 쬐어 회로를
새기는 노광 작업을 하려면 글래스 위에 적색, 녹색, 청색 등 색깔별 포토레지스트를 발라야 한다.

그러나 이 물질은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기업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ETRI는 지난 수출규제 이후 세계 처음으로
100도 이하 성형온도에서 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컬러 밀베이스 소재와 컬러포토레지스트 국산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ETRI 관계자는 “아직 일본 기업의 기술을 따라잡기는 힘들지만 지난해 일본 수출 규제 다급하게 국산화가 필요한
소재를 국산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차전지 분리막과 음극 제조에 쓰이는 수계 바인더 국산화 제품도 소개했다. 바인더는 분리막과 음극에 활용되는
금속들을 붙이는 본드 역할을 한다.

이미 국산화를 시작한 바인더 제조 업체인 아팩과 지엘켐 등은 ETRI와 협력해 국내 배터리업체 공급과
세계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다.

이밖에도 ETRI는 디스플레이 패널, 5G, 클라우드 시대에 필요한 광통신 부품 국산화를 위한 내셔널 랩(N-랩) 운영으로
원천 기술 개발과 국내 기업 지원을 병행한다.

또 나노융합2020사업단 부스에서 에스엠에스는 8K TV, 폴더블 디스플레이 제조에 쓰이는 코팅소재,
고휘도 프리즘 필름 등 국산화·기술 고도화 사례를 소개했다.

한 예로 에스엠에스는 자사 유기합성 노하우를 나노입자 기술과 접목해 빛 반사율이 0.5% 미만인
8K TV용 코팅소재를 개발했다. 이 분야는 세계 시장에서 일본 DNP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다.

에스엠에스 관계자는 “나노융합2020 사업에서 나노 기술을 접목해 특허를 9건 출원하거나 등록하고,
총 사업화 매출액은 253억원을 기록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대로 열화상 카메라 센서 수요가 늘면서, 원가를 대폭 낮춘 칩 기술을 선보인 회사도 있다.

열화상 카메라 국산화 기업 트루윈은 자사 열화상 카메라 '써모비'에 열화 상보적 금속산화막 반도체(CMOS) 공정을
적용한 열화상 센서를 탑재했다. 미국, 유럽 지역에서 기존 공정으로 만든 열화상 카메라와 비교해
가격을 대폭 낮춘 것이 특징이다.

트루윈 관계자는 “시장에서 들여오는 열화상 카메라보다 가격이 4분의 1가량 싸면서 정확한 인지를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전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