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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디지털화 사각지대 '대법원'...법원 압류 개인정보 등 분실·거래 노출

최고관리자
2020-01-20 08:44 8,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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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발송하는 압류 정보가 분실, 고의 유출과 같은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량의 압류 문서 보관 과정에서 채무자 개인정보를 판매한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압류 송달 방식의 전면 디지털 전환이 시급하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대법원에 예금압류명령 전자정보송신제를 신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국세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240개 국가·공공기관은 이미 압류 전자정보
금융공동망 체계를 확립했다. 체납자에게 금융기관 예금 압류 시 전자 공동망을 이용해 송신하고
 즉각 지급정지 조치를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사용한다.

금융·정보통신업계에 따르면 법원의 압류정보 통지문 등이 여전히 종이와 등기 우편 방식으로
 이뤄진다. 예금압류는 법원이 등기로 은행과 채무자, 채권자에게 송달한다. 압류 정보를
 한꺼번에 모았다가 보낸다. 이를 은행이 다시 전산 처리 후 압류결정 조치에 들어간다.
은행은 연간 약 300만건 이상 압류명령·압류해제통지 문서를 법원에서 수령한 후 수기로
입력한 뒤 압류 실행에 들어간다.

문제는 법원이 보내는 우편 송달 방식에 시차가 생겨 집행 신속권이 떨어진다. 채무자가 미리
재산을 은닉하거나 종이문서로 발송된 압류 문건이 제3기업에 판매되는 정황까지 확인됐다.
압류 해제 통지 역시 우편 방식으로 송달돼 채무자 압류가 뒤늦게 해제, 피해를 보는 사례가
생겼다.

우정사업본부와 은행연합회 압류실무협의회에 따르면 법원에서 이미지 파일을 발송한 후
한국우편산업진흥원에서 이를 인쇄, 봉투 인입, 발송에 소요되는 시간은 이틀이다.
진흥원에서 등기우편으로 금융기관에 도달하는데 또 하루나 이틀이 걸린다. 이를 금융기관에서
 수기로 저장, 압류조치가 들어가는데 다시 며칠이 소요된다. 이로 인해 은행 내부에서 자료 분실과
오류 송달, 보관문서 기입 오류에 따른 분쟁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압류 송달정보 등을 은행 내부 직원이 채권추심업체 등 제3자에 돈을 받고 판매한다는
혹까지 제기됐다. 은행 압류 업무를 맡은 C씨는 민간 채권추심 업자로부터 채권자 정보를
판매하라는 전화를 수십통 받았다. 실제 은행이 보유한 압류자 정보 등을 신용평가기업이나
 민간 대출업자가 대량 구매하겠다는 전화가 수시로 온다. 이 관계자는 19일 “모 은행 담당자가
 캐피털사 등에 압류정보를 높은 가격으로 판매,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고 직접 말했다”면서
 “압류정보가 무더기로 보관돼 있거나 종이서류로 방치돼 있는 등 상당 자료가 사라지거나
분실한 사례도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압류문건 분실과 정보의 외부 편법 판매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날로그식 법원 압류 송달 체계로 금융권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우편 송달과 수기 입력으로
인한 금융회사 간 압류 처리 시점이 달라 채권-채무자 간 분쟁 발생 도화선이 됐다. A은행은
 법원 문서가 이미 도달했지만 B은행은 문서를 수령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이에 A은행
계좌가 압류된 사실을 인지한 채무자가 B은행 예금을 미리 인출, 법정 분쟁 사례로 비화됐다.

금융권은 등기우편 송달로 인해 은행 압류 등록 시간이 늦어지거나 과도한 업무,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만큼 모든 압류 송달 시스템을 디지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결제원은 금융사가
 연계한 금융공동망에 압류 관련 송달 시스템을 연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법원 4.0사업에 전자정보 송신제도를
포함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조사처는 “법원의 예금 압류명령 우편송달을 전자송달로
개선하고 전자정보 형태 송신을 허용해야 한다”면서 “법원도 스마트법원 4.0사업에 압류
 전자정보 송신 체계를 전환하는 사업을 편입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압류는 채무자에게 송달됐을 때 법률 권한이 발생한다. 현 압류 송달 체계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면서 “인프라와 전자송달 체계는 단시일 내에 구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대법원이 추진하고 있는 차세대전자소송 시스템 구축 사업에 포함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러 주체와 협의해서 논의하겠다”고 덧붙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