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정부 ‘4차산업혁명 30만 양성론’…혁신이 인해전술로 되나
최고관리자
2018-09-04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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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전문 5만, AI인재 1400명 등
예산·활용계획 없이 숫자만 내놔
만든다는 자격시험도 구체안 없어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방안을 놓고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의 현실성·타당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들이 합동으로 발표한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내년에만 1조원을 들여서 데이터 관련 경제를 활성화하고 데이터 관련 전문 인재를 5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또 한장의 공수표를 날렸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따가운 시선에는 정부가 혁신 산업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남발하는 ‘인재 양성론’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활용해 일자리 26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과기정통부는 ▶실험실 일자리(1만개) ▶무인이동체 관련 일자리(2만7900개) ▶연구 산업 관련 일자리(1만2000개) 등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면 2022년까지 2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26만명이라는 대규모 일자리를 불과 4년 만에 어떻게 만들어내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런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인공지능 연구·개발(R&D) 전략’을 발표하면서 2조20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 관련 고급 인재 1400명과 융복합 인재 3600명을 2022년까지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말하는 고급 인재란 뇌공학·컴퓨터 공학 등 인공지능 관련 학문에 대한 석·박사급의 학위를 취득한 인재다. 고급 인재를 양성할 방법으로 정부가 2022년까지 인공지능 대학원 6곳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금이라도 뒤쳐진 국내 수준을 감안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인력 양성에 나서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하지만 캐나다·영국·중국 등이 이미 압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학문 수준을 어떻게 단기간에 따라잡을 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지난 일 년간 문재인 정부가 양성하겠다고 이런저런 청사진을 통해 약속한 인공지능·빅데이터·4차산업 혁명 인재 수는 30만명이 넘는다. 만약 정부의 방안들이 예정대로 다 시행됐다고 치자. 이렇게 만들어진 인재들은 어느 기업, 어떤 산업·연구 현장에 투입되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 기업들이 보유한 연구·개발(R&D) 인력이 1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인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식 사고는 신산업 분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가 도제식으로 양성한 전문 인력 100명보다 딥러닝 분야에서 걸출한 논문 한 편을 발표한 선도적 연구자 1명이 더 나은 게 현실이다. 혁신 산업에 종사할 인재를 발굴하는 작업을 제조업·서비스업 일자리 만드는 것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연거푸 내놓는 인력 양성 방안이 과연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것인지 꼼꼼히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인재 양성 방안도 구태의연하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데이터산업 활성화 방안에는 데이터 전문 인력 5만명을 만들어내는 방안 중 하나로 국가기술 자격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로봇·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자격증을 대거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가 앞장서서 자격증을 만드는 것은 산업의 진입 장벽을 또 하나 만드는 것이지, 산업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다.
중국 칭화대가 지난 7월 발표한 ‘인공지능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공지능 논문 발표 순위에서 인도·프랑스 등에 밀려 8위를, 인공지능 기업 수 순위에서도 스웨덴·스페인에 밀려 11위에 그쳤다. 정부는 인재 관련 숫자에만 매달리지 말고, 신산업과 관련해 원천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하선영 산업팀 기자 dynamic@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현장에서] 정부 ‘4차산업혁명 30만 양성론’…혁신이 인해전술로 되나
예산·활용계획 없이 숫자만 내놔
만든다는 자격시험도 구체안 없어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이 발표한 데이터 경제 활성화 방안을 놓고 정보통신(IT)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의 현실성·타당성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들이 합동으로 발표한 이번 방안에서 정부는 내년에만 1조원을 들여서 데이터 관련 경제를 활성화하고 데이터 관련 전문 인재를 5만명을 양성하기로 했다.
전문가들과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또 한장의 공수표를 날렸다”고 평가한다. 이 같은 따가운 시선에는 정부가 혁신 산업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남발하는 ‘인재 양성론’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지난해 12월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와 과기정통부는 정보통신기술(ICT)과 과학기술을 활용해 일자리 26만개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과기정통부는 ▶실험실 일자리(1만개) ▶무인이동체 관련 일자리(2만7900개) ▶연구 산업 관련 일자리(1만2000개) 등 새로운 분야에서 일자리를 만들면 2022년까지 2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26만명이라는 대규모 일자리를 불과 4년 만에 어떻게 만들어내겠다는 건지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런데 반년도 지나지 않아 과기정통부는 지난 5월 ‘인공지능 연구·개발(R&D) 전략’을 발표하면서 2조2000억원을 들여 인공지능 관련 고급 인재 1400명과 융복합 인재 3600명을 2022년까지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가 말하는 고급 인재란 뇌공학·컴퓨터 공학 등 인공지능 관련 학문에 대한 석·박사급의 학위를 취득한 인재다. 고급 인재를 양성할 방법으로 정부가 2022년까지 인공지능 대학원 6곳을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지금이라도 뒤쳐진 국내 수준을 감안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인공지능 인력 양성에 나서는 것은 타당한 일이다. 하지만 캐나다·영국·중국 등이 이미 압도하고 있는 인공지능 학문 수준을 어떻게 단기간에 따라잡을 지는 의문이다.
이렇게 지난 일 년간 문재인 정부가 양성하겠다고 이런저런 청사진을 통해 약속한 인공지능·빅데이터·4차산업 혁명 인재 수는 30만명이 넘는다. 만약 정부의 방안들이 예정대로 다 시행됐다고 치자. 이렇게 만들어진 인재들은 어느 기업, 어떤 산업·연구 현장에 투입되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 기업들이 보유한 연구·개발(R&D) 인력이 1000명 안팎에 불과하다.
인재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식 사고는 신산업 분야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정부가 도제식으로 양성한 전문 인력 100명보다 딥러닝 분야에서 걸출한 논문 한 편을 발표한 선도적 연구자 1명이 더 나은 게 현실이다. 혁신 산업에 종사할 인재를 발굴하는 작업을 제조업·서비스업 일자리 만드는 것과 동일시하면 안 된다. 이광형 KAIST 바이오뇌공학과 겸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연거푸 내놓는 인력 양성 방안이 과연 현실적으로 시행 가능한 것인지 꼼꼼히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의 인재 양성 방안도 구태의연하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데이터산업 활성화 방안에는 데이터 전문 인력 5만명을 만들어내는 방안 중 하나로 국가기술 자격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로봇·3D프린터 등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한 자격증을 대거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가 앞장서서 자격증을 만드는 것은 산업의 진입 장벽을 또 하나 만드는 것이지, 산업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다.
중국 칭화대가 지난 7월 발표한 ‘인공지능 발전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인공지능 논문 발표 순위에서 인도·프랑스 등에 밀려 8위를, 인공지능 기업 수 순위에서도 스웨덴·스페인에 밀려 11위에 그쳤다. 정부는 인재 관련 숫자에만 매달리지 말고, 신산업과 관련해 원천 기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등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하선영 산업팀 기자 dynamic@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현장에서] 정부 ‘4차산업혁명 30만 양성론’…혁신이 인해전술로 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