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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한국 AI기술, 베트남 청년들 IT 꿈 키우다

최고관리자
2019-01-24 10:22 8,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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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9시 베트남 호치민 사이공 혁신 허브(SIHUB)에 입장한 대학생 응우옌 뜨엉(22)씨와 후앙 댕(22)씨. 모니터 앞에 자리를 잡고 키보드만 두들기던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난 건 꼬박 29시간이 흐른 20일 오후 2시였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웠던 둘의 책상 위에는 빈 콜라 캔과 물병만 쌓여갔고, 키보드 소리가 잠깐 멈췄을 때는 컴퓨터에서 어눌한 한국어 발음이 흘러나왔다.

두 학생은 먹고, 씻고, 자는 것도 미룬 채 베트남 사람들의 한국어 발음을 교정해 주는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말하는 사람의 한국어를 인식한 뒤 맞는 발음으로 교정해 주고, 맞는 발음대로 말하면 다음 대화로 넘어가는 대화형 한국어 교육 플랫폼을 하루 만에 개발해 낸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전문 강사가 부족한 베트남의 상황을 고려해 만든 프로그램이었다.


누구도 그들에게 개발을 강요하지 않았다. 이들은 KT가 호치민에서 연 AI 해커톤(해킹+마라톤) 행사 참가자들이었다. 해커톤은 일정 장소에서 정해진 시간 안에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대회다.

KT는 19~20일 베트남 호치민 SIHUB에서 진행된 ‘한국-베트남 AI 해커톤 외교’ 행사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고 22일 밝혔다. 교육 콘텐츠 개발 전문기업 메카솔루션이 주최하고 KT와 베트남 최대 스타트업 지원기관 SIHUB가 후원한 이번 대회에는 베트남 학생과 개발자 40명이 참가했다.

해커톤 주제는 ‘KT 기가지니를 이용한 더 스마트한 공간 만들기’였다. KT는 AI 플랫폼인 기가지니를 활용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AI 스피커 서비스로 개발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초소형 컴퓨터, 음성인식 부품 등 각종 개발도구를 묶은 ‘AI 메이커스 키트’를 무상으로 제공했다. 대회 참가자들은 이 키트를 갖고 주제에 맞는 서비스를 29시간 안에 만드는 경쟁을 펼쳤다.




19~20일 베트남 호치민에서 진행된 ‘한국-베트남 AI 해커톤 외교’ 행사에서 베트남어 콘텐츠를 한국어로 번역해 음성으로 읽어주는 솔루션으로 1등을 차지한 팜 뜨엉 두이(왼쪽에서 두번째)씨와 동료 개발자들이 대화하고 있다. KT 제공

1등은 팜 뜨엉 두이(27)씨가 차지했다. 그는 베트남어로 된 문자를 한국어로 번역한 뒤 읽어주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베트남어로 된 PDF 파일을 입력하면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이 PDF 속 글자들을 텍스트 파일로 변환한다. 변환된 글은 구글 번역 애플리케이션을 거쳐 한글 텍스트로 바뀌고 글자를 음성으로 읽어내는 AI 기반 음성합성 기술을 활용해 한국어 음성으로 들려준다.

KT 관계자는 “제한된 시간을 고려할 때 팜 뜨엉 두이씨의 솔루션이 가장 완성도가 높았다”며 “음성인식 기술뿐 아니라 베트남어 번역, 이미지 텍스트 추출 등 베트남 현지에서 사용 가능한 창의적 기술을 선보였다”고 1위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시간 제한이 없었다면 기술적 측면에서 대단하다고 하기는 어려운 솔루션이지만 지금까지는 없었던, 베트남과 한국어 문자와 음성을 활용하는 AI 서비스가 구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팜 뜨엉 두이씨는 “베트남에서도 정보기술(IT) 스타트업 창업 열풍이 거세지만 IT 인프라나 교육 기회가 부족하다”며 “이번 해커톤처럼 선진 AI 개발 도구를 사용할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우울해”라고 말하면 우울한 모양의 이모티콘이 모니터에 출력되고, AI가 “우울해? 내가 신나는 노래를 틀어줄게”라고 말하며 유튜브에서 적합한 음악을 찾아 들려주는 ‘소셜로봇’ , 음성명령만으로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까지 할 수 있는 ‘AI 쇼퍼’ 등 신선한 아이디어들이 빛났다. KT는 대회에서 나온 아이디어 중 시장성과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것은 협의를 통해 현지 서비스로 진화시킬 계획이다.

응우옌 비엣 흐엉 호치민 기술교육대학 교수는 “AI는 국가와 지역을 넘어선 모두의 기술이 돼야 한다”며 “이번에 열린 해커톤 외교는 한국의 AI 기술이 베트남 학생과 개발자의 꿈, 창의성을 싹 틔울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