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툴젠 '유전자가위' 특허 논란에 할 말 많은 과학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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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11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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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기초연구의 상업화’ 위축 우려...기술 평가∙관리시스템 개선해야
툴젠 ‘유전자가위’특허 논란에 할 말 많은 과학계
김진수 전 교수 국비 개발 기술 자기 회사로 특허 도용 논란 일어
서울대 “정식계약 따른 기술 이전”
일각선 산학협력단 전문성 지적 “지적재산권 평가∙관리 미흡해”
김명자 과학기술총연합회장 “복잡한 상용화 절차 지원필요”
“이번 일로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으로 연결되는, 기초연구의 상업화 자체가 위축될까 우려됩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유전자가위’ 기술도용 논란과 관련해 “과학계에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유전자가위 등 첨단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연구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가적인 손실과 함께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불리는 유전자가위에 대한 기술도용 논란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상업화한 툴젠과 함께 한국연구재단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평가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전 서울대화학과 교수)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기술도용 논란이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을 통해 상업화하는 ’선순환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우려한다.
유전자가위 기술, 산학협력 대표 사례
이번에 논란이 된 유전자가위 기술은 산학협력단이 기술 이전을 통해 상업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편집, 삽입하는 기술이다. 유전자가위는 환자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 유전자를 수정, 다시 주사하는 방식으로 암∙에이즈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 받는다. 또한 멸종 위기에 있는 농작물이 병충해에 견딜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도 쓰인다. 이 같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학술지인 사이언스지는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를 2015년 ‘올해의 혁신기술’로 꼽았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시장은 2014년 2억달러에서 2022년 23억달러로 8년 새 약 11배 커질 전망이다.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툴젠은 김진수 단장이 1999년 설립했다. 김 단장은 1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징크핑거뉴클라아제’(ZFN)기술을 갖고 툴젠을 창업했다. 이어 2세대 유전자가위 ‘탈렌’을 개발했고, 특히 2012년에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도입했다.
툴젠 측은 크리스퍼 핵심기술과 관련한 3개 특허를 서울대로부터 얼마에 사들였는지 공개하지 ㅇ낳았따. 다만 서울대 측은 2012년 한해 동안 툴젠을 포함해 업체들이 이전한 기술료가 건당 평균 4727만 2000원이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에서 원천기술을 등여오기에 앞서 툴젠은 2011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과 화학과 등에 총 10만주의 자사주를 발전기금 형식으로 기부했다. 이날 장마감 기준 106억 60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관련, 한겨레신문은 지난 7일 김 단장이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동료들과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툴젠으로 헐값인 1800만원 상당에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정부 예산으로 연구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받아 개발한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를 김 단장이 툴젠 명의로 출원했다는 것. 국립대 교수가 정부 연구비를 받아 개발한 기술 특허는 기본적으로 소속기관에 있다. 때문에 크리스퍼 기술 특허 소유권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 같은 특허 가로채기 행위를 서울대가 사실상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책정한 기술료 적다고 보기 어려워”
이에 대해 툴젠과 서울대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서울대 측은 “모든 특허에 대해 향후 사업화 성공을 가정해 기술이전료를 책정한다면 기술이전과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당시 책정한 기술료 규모를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모든 특허에 상업화 성공을 가정해 기술료를 책정할 경우 기술이전과 사업화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계에서도 서울대와 같은 우려를 내놓으며, 이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임원은 “기초연구자의 창업 문턱은 낮아야 하며, 개발한 기술의 상업화 자체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명자 회장은 “대학과 연구소는 최근 기술을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염두에 두는 추세”라며 “다만 연구자가 기술을 이전하거나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회계 문제 등 복잡한 과정까지 신경써야 하는데, 연구자가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닌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을 가오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는 산학협력단이 관리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해야 할 산학협력단의 인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국가연구비의 지적재산권∙소유권은 주관연구기관이 주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는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술의 가치를 보장하는 문화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자가위〛
동식물의 유전자와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르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말한다.
김지섭 기자.
‘기초연구의 상업화’ 위축 우려...기술 평가∙관리시스템 개선해야
툴젠 ‘유전자가위’특허 논란에 할 말 많은 과학계
김진수 전 교수 국비 개발 기술 자기 회사로 특허 도용 논란 일어
서울대 “정식계약 따른 기술 이전”
일각선 산학협력단 전문성 지적 “지적재산권 평가∙관리 미흡해”
김명자 과학기술총연합회장 “복잡한 상용화 절차 지원필요”
“이번 일로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으로 연결되는, 기초연구의 상업화 자체가 위축될까 우려됩니다.”
김명자 한국과학기술총연합회 회장은 최근 ‘유전자가위’ 기술도용 논란과 관련해 “과학계에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유전자가위 등 첨단기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연구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중장기적으로 국가적인 손실과 함께 경제 성장도 이룰 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 대표적인 미래기술로 불리는 유전자가위에 대한 기술도용 논란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상업화한 툴젠과 함께 한국연구재단이
노벨상에 가장 근접한 과학자‘로 평가한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교정연구단장(전 서울대화학과 교수)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과학계에서는 이번 기술도용 논란이 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이 기업을 통해 상업화하는 ’선순환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에 대해 우려한다.
유전자가위 기술, 산학협력 대표 사례
이번에 논란이 된 유전자가위 기술은 산학협력단이 기술 이전을 통해 상업화한 대표적인 사례다. 유전자가위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편집, 삽입하는 기술이다. 유전자가위는 환자에게서 추출한 면역세포 유전자를 수정, 다시 주사하는 방식으로 암∙에이즈 등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기술로 각광 받는다. 또한 멸종 위기에 있는 농작물이 병충해에 견딜 수 있도록 문제가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데도 쓰인다. 이 같은 혁신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학술지인 사이언스지는 3세대 유전자가위 ‘크리스퍼’를 2015년 ‘올해의 혁신기술’로 꼽았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 시장은 2014년 2억달러에서 2022년 23억달러로 8년 새 약 11배 커질 전망이다.
유전자가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툴젠은 김진수 단장이 1999년 설립했다. 김 단장은 1세대 유전자가위 기술인 ‘징크핑거뉴클라아제’(ZFN)기술을 갖고 툴젠을 창업했다. 이어 2세대 유전자가위 ‘탈렌’을 개발했고, 특히 2012년에는 서울대 산학협력단에서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도입했다.
툴젠 측은 크리스퍼 핵심기술과 관련한 3개 특허를 서울대로부터 얼마에 사들였는지 공개하지 ㅇ낳았따. 다만 서울대 측은 2012년 한해 동안 툴젠을 포함해 업체들이 이전한 기술료가 건당 평균 4727만 2000원이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에서 원천기술을 등여오기에 앞서 툴젠은 2011년 서울대 자연과학대학과 화학과 등에 총 10만주의 자사주를 발전기금 형식으로 기부했다. 이날 장마감 기준 106억 60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와 관련, 한겨레신문은 지난 7일 김 단장이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던 당시 동료들과 개발한 크리스퍼 원천기술을 툴젠으로 헐값인 1800만원 상당에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정부 예산으로 연구를 지원하는 한국연구재단에서 연구비를 받아 개발한 유전자가위 관련 특허를 김 단장이 툴젠 명의로 출원했다는 것. 국립대 교수가 정부 연구비를 받아 개발한 기술 특허는 기본적으로 소속기관에 있다. 때문에 크리스퍼 기술 특허 소유권은 서울대 산학협력단에 남아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이 같은 특허 가로채기 행위를 서울대가 사실상 묵인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책정한 기술료 적다고 보기 어려워”
이에 대해 툴젠과 서울대 측은 입장문을 통해 강하게 반박했다. 특히 서울대 측은 “모든 특허에 대해 향후 사업화 성공을 가정해 기술이전료를 책정한다면 기술이전과 사업화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며 “당시 책정한 기술료 규모를 낮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모든 특허에 상업화 성공을 가정해 기술료를 책정할 경우 기술이전과 사업화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과학계에서도 서울대와 같은 우려를 내놓으며, 이 같은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임원은 “기초연구자의 창업 문턱은 낮아야 하며, 개발한 기술의 상업화 자체가 위축돼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명자 회장은 “대학과 연구소는 최근 기술을 상용화하는 단계까지 염두에 두는 추세”라며 “다만 연구자가 기술을 이전하거나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회계 문제 등 복잡한 과정까지 신경써야 하는데, 연구자가 그 분야 전문가는 아닌 만큼 이에 대한 지원을 가오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기관 관계자는 “특허 등 지적재산권에 대한 문제는 산학협력단이 관리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평가와 보상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술을 제대로 평가하고 관리해야 할 산학협력단의 인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모든 국가연구비의 지적재산권∙소유권은 주관연구기관이 주도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며 “이는 관련 시스템을 개선하고 기술의 가치를 보장하는 문화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전자가위〛
동식물의 유전자와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르는 데 사용하는 인공 효소르 유전자의 잘못된 부분을 제거해 문제를 해결하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말한다.
김지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