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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세미나 간다며 해외관광...가짜 학회 출장에 나랏돈 6억 샜다

최고관리자
2018-09-05 15:05 8,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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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간다며 해외관광...가짜 학회 출장에 나랏돈 6억 샜다

참가비 내면 심사없이 논문 발간
부실학회 논란 '와셋' '오믹스' 출장
주요대-정부출연 돈 타내

교육부-연구재단 겉핥기식 점검
학계 "가짜 몰랐다는 건 말도 안돼"

한국연구재단, 최근 3년간 교수 등 265명에 5억8700만원 지급

 한국연구재단(연구재단)이 해외의 '가짜 학술대회'에 참석한 국내 대학과 기관 소속 연구자들에게 출장비 명목으로 2015년 이후 5억87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4일 확인됐따. 국가 예산으로 학술 연구를 지원하는 연구재단이 해외에 난립하는 학술대회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 혈세를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사업을 발주한 교육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가짜 학술대회에 발표한 자료를 실적으로 인정해주는 등 사업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늘어나는 가짜 학술대회 해외 출장
 연구재단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와셋(WASET)'과 '오믹스(OMICS)'가 개최한 학술대회에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참석한 연구자가 265명에 달했다. 이들이 지급받은 출장비용은 총 5억8742만 원이었다.
 '와셋'은 전 세계 각지에서 과학 공학 인문사회학 등의 학술대회를 여는 기관이고, 인도에 주소지를 둔 '오믹스'는 의학 생명과학 공학 등 분야의 학술지를 발간하면서 학술대회도 열고 있다.
 국내외 학계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두 기관에서 주관, 발간하는 학술대회나 학술지가 '가짜'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참가비만 내면 별다른 심사과정 없이 학회에서 발표할 기회를 주거나 논문을 발간해준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 공영방송 NDR 취재진이 논문작성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만든 허위논문을 와셋 주최 학휘에 제출했더니 '최우수발표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오믹스는 지난해 '심사 형태, 출판 수수료, 편집위원회 성격'에 대해 학자들을 속인 혐의로 미국 법원이 허위정보 게재 금지 가처분 명령을 내렸다.
 이런데도 서울대를 비롯한 국내 주요 대학뿐 아니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등 정부출연 연구기관의 연구자들도 가짜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예산을 타냈다. 연구재단 자료에 따르면 '와셋' 관련 출장비를 가장 많이 타낸 곳은 강릉원주대(5907만 원)로 참가자가 32명에 달했다. 이어 경북대(3217만 원), 전북대(2859만 원), 서울대(2523만 원), 성균관대(2356만 원), 연세대(2221만 원) 순이었따. '오믹스' 관련 해외출장비로는 총 4416만 원이 지원됐으며 삼성서울병원(650만 원)과 KAIST(440만 원), 고려대(296만 원)등이 지원을 받았다.
 연구자들이 이들 학회에 참석한다면 출장을 간 지역은 프랑스 파리, 스페인 바르셀로나, 이탈리아 베네치아 등 대부분 해외 유명 도시였다. 출장비 지원액은 2015, 2016년 각각 9000만 원 안팎이었지만 지난해 2억4000만 원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참가자 수도 40명에서 2017년 105명, 올해는 상반기에만 62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따.
 ● "사실상 외유성 관광"
 교육부는 연구자가 국비 지원을 받아 참가한 국내외 학술대회에 대해 지난달 초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와셋, 오믹스 외에도 국내외 부실학회가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연구재단 측은 "부실학회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게 정립돼있지 않았다"며 "조사를 통해 부적정한 집행으로 판정되면 연구사업 참여 제재, 연구비 환수 등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학계에서는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와셋, 오믹스는 완전 엉터리로 학술활동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가짜 학술지로 학계를 오염시킨 주법"이라며 "가짜 학회 참여 명목으로 국비를 받아 사실상 외유성 관광을 하는 악습이 제자들에게 대물림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대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연구자들이 가짜 학회라는 걸 몰랐다면 학자 스스로 연구윤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이므로 도의적으로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

이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