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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R&D 체질 개선책 약발 왜 안 먹히나

최고관리자
2015-02-24 08:52 8,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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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초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주요업무보고에서 직접출연금(정부출연금)을 늘려달라고 간청했다. ETRI 직접출연금 비중은 934억원(16.7%) 수준이다. 과학기술계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 평균 45.6%에 비해 현저히 낮다. 나머지 재원은 연구과제중심제도(PBS·project based system)로 채워지고 있다.

ETRI 측은 PBS에 의한 수탁과제 비율이 워낙 높아 과제가 종료되면 인건비 확보를 위해 연구원들이 신규과제 수주에 집중하는 등 기관고유 R&D(연구·개발) 임무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정부 들어 '기술사업화' 선두에 선 ETRI가 이제껏 속앓이를 털어놓은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심벌'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경제혁신 3년 계획'을 위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의 R&D 성과를 기술사업화하는 데 정책적 역량을 쏟아 경제활성화 불꽃을 살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래부는 기술사업화를 외면케 하는 제도 개선 첫 항목으로 'PBS 사업'을 꼽으며, 개선의지를 보인 바 있으나 실상은 달랐다.

PBS는 논문·특허 등 정량적 평가지표만 만족시키면 더 이상 추가연구는 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가져왔다. PBS 시행 후 기술사업화 과제를 기피하는 문화가 확산됐고, 실용화·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연구사업이 줄었다.

ETRI 사례에서 보듯, 25일 취임 2년차 맞이하는 박근혜 정부의 R&D 체질 개선정책이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세수결손 발생, 복지 예산 부족 등으로 증세 논쟁이 벌어지면서 비효율적인 국가 R&D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반복되면서 체질개선 노력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연이어 터져나온다.

출연연의 맏형겪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자체 분석한 전반기(1969년~1990년), 후반기(1991년~2012년) 연구성과 분석 자료를 보면 매년 늘려온 R&D 예산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한 꼴이 됐다는 결론에 닿게 된다.

KIST가 전반기 투입한 연구비는 1785억원(현 가치 3조2667억원), 후반기는 2조 5605억원(현 가치 7조9592억원)으로 현 가치로 따지면 지금이 이전보다 2배 이상 많다.

KIST에 따르면 전반기 논문(NSC·자매지 1편, SCI논문 103편, 일반논문 1382편)과 특허(국내 224건, 국외 90건), 기술료(26억8000만원, 투입연구비 1.5%), 후반기 논문(NSC·자매지 36편, SCI 논문 1만1811편, 일반논문 2만4341편), 특허(국내 4058건, 국외 1620건) 기술료(763억6000만원, 투입연구비 2.9%)와 비교할 때 기여효과는 전반기가 493조원(82.8%)으로 후반기(102조원, 17.2%)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다. 투자는 늘었으나 실속은 없었다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후진적 상황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미래부는 지난달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연구성과 양(SCI 논문수 세계 10위, 국내 특허출원 세계 4위)은 대폭 증가했으나, 질적 수준이 비교적 낮고, R&D의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자평했다.

중소기업 수요를 반영하는 R&D 과제 집행 프로세서가 여전히 부족하고, 실용화·사업화 관련 연구자에 대한 평가나 보상체제가 체계화되지 않았다는 비난이 높다. 연구과제 수립 및 기획 단계부터 사업성, 시장성 중심으로 기관을 평가하고, PBS 등의 펀딩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미래부는 최근 SCI 논문 건수 중심의 평가를 폐지하고, 전문가의 정성평가를 강화하고 질적 지표 확대(질적 지표 60% 이상 의무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R&D 예산의 경우, 과제계획서보다 역량·업적·성실도 위주로 평가하고, 5억원 이상의 R&D 과제는 기획단계부터 시장 수요를 충분히 예측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해야만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제도에 관해 현장에선 당장 도입이 어려운 데다 현장에서 얼마나 실효성있게 적용될지 미지수라는 의견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