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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법 바로알기] 선사용 상표 및 모방 등록상표의 법적 문제

최고관리자
2013-03-07 11:28 10,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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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 유형의 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무형의 지적재산권으로 이전하면서, 국민들의 지적재산권에 관한 인식과 관심이 커져 가고 있다. 하지만 비뚤어진 지적재산권에 대한 사랑이 문제가 되기도 하는데,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유명한 메이커 상표를 본 따서 무임승차하기 위해 출원하는 모방 상표라 할 수 있다.

2012년 나가수 열풍이 전국을 휩쓸자 이를 본 딴 모방상표가 수십 개가 출원됐고,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소녀시대’ 등의 유명연예인 브랜드를 모방한 상표 때문에 특허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선사용 상표가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름난 선사용 상표를 그대로 베낀 모방상표를 먼저 출원해 등록시킨 다음, 선사용 상표 사용자에게 사용금지청구의 경고장을 보내거나 거액의 합의금을 내라고 협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우리 상표 제도가 선출원주의와 등록주의에 근간을 두고 있어 원칙적으로 선등록 상표권자를 보호해 주어야 하겠지만, 상표등록을 선택의 문제로만 접근한 나머지 부정한 목적이 있는 상표 등록의 경우까지 선등록이라 해 무조건 보호해 주는 것은 비도덕적이라 할 것이며 일반인의 법감정에도 반할 수 있다.

때문에 우리법은 선사용 상표 사용자가 모방 등록상표 사용자에 대해 어떠한 조치를 취하고 어떻게 방어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바, 우리법이 인정하는 선사용 상표 사용자에 대한 보호 수단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이의신청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상표가 공고된 이후 누구든지 출원공고일로부터 30일 이내에 등록을 받을 수 없는 사유를 들어 상표등록의 거절결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일단 상표가 등록된 경우에는 이를 무효화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상표가 등록되기 이전에 제거하는 절차가 바로 이의신청 절차이다. 다만 이러한 이의신청 절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항상 상표공고를 주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으나, 유명 브랜드를 가진 큰 회사들은 대부분 이의신청 절차를 활용해 모방상표를 사전에 방지하고 있다.

둘째, 선사용 상표 사용자가 이해관계인으로서 모방 등록상표에 대한 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방법도 많이 활용된다(상표법 제71조 제1항).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사유를 들어 모방 등록상표를 무효로 만들 수 있는지인데, 실무적으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가 주로 문제된다.

1997년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12호에 신설된 “국내 또는 외국의 수요자간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현저하게 인식돼 있는 상표(지리적 표시를 제외한다)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로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그 특정인에게 손해를 가하려고 하는 등 부정한 목적을 가지고 사용하는 상표”의 규정은 원래 취지와는 달리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적용이 많지 않았지만, 2007년도에 ‘현저하게’라는 문구가 삭제되면서 모방 등록상표를 무효화하는 데 대표적인 조항으로 부각됐다.

여기서 ‘선사용 상표’는 우리나라 또는 외국의 한 국가에서라도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되면 족하고, 모방 등록상표의 사용자에게 ‘부정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부정한 목적이란 기존에 널리 알려진 상표가 갖는 이미지나 고객흡입력 등에 편승해 부정한 이익을 얻으려 하거나 특정인에게 손해를 가하려는 경우를 말한다.

다만 위 규정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게 대법원 판례의 태도이므로, 모방 등록상표의 출원시점을 고려해 위 규정의 적용을 주장해야 할 것이다.

셋째, 선사용 상표 사용권자는 선사용 실시권을 주장할 수 있다. 2007년 상표법이 개정되면서 사용주의와의 조정을 위해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자로서 ①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이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해 사용하고 있고, ② 선행적으로 상표를 사용한 결과 타인의 상표등록출원시에 국내 수요자 간에 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돼 있는 경우”에 선사용권을 인정해 등록상표권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상표법 제57조의3).

이 경우, 등록상표권자는 선사용자에게 자기의 상품과 선사용자의 상품 간의 출처의 오인이나 혼동을 방지할 수 있는 적당한 표시를 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선사용권을 주장할 때 주의할 점은, 모방 등록상표의 권리자의 적극적인 권리범위확인심판 절차 내에서 선사용자는 선사용권을 주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대법원 2012.3.15. 선고 2011후3872 판결).

넷째,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을 주장할 수 있다. 우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가목 내지 다목은 모방 상표 사용을 규제하고 있는데, 다만 이 조항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선사용 상표가 국내에 널리 인식돼야 한다.

이 부정경쟁방지법 적용 과정에서 의문이 드는 것은 외견상 적법해 보이는 등록상표의 권리행사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지이다. 예를 들어 보자.

‘비제바노(VIGEVANO)’라는 표장으로 구두 등을 생산하고 있는 A는 B가 ‘비제바노’라는 상표등록을 하고 그 지정상품인 시계를 생산·판매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A는 B의 행위는 부정경쟁행위로서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동일한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에서 대법원(대법원 2000. 5. 12. 선고 98다49142 판결)은  “일반 수요자로 해금 타인의 상품과 혼동을 일으키게 해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형식상 상표권을 취득하는 것이라면 그 상표의 등록출원 자체가 부정경쟁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서, 이는 상표법을 악용하거나 남용한 것이 돼 상표법에 의한 적법한 권리의 행사라고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더불어 “한 기업이 여러 가지 이질적인 산업분야에 걸쳐 여러 가지 다른 상품을 생산·판매하는 것이 일반화된 현대의 산업구조에 비추어 일반 수요자들로서는 그 상품의 용도 및 판매거래의 상황 등에 따라 저명 상품표지의 소유자나 그와 특수관계에 있는 자에 의해 그 상품이 생산·판매되는 것으로 인식해 상품의 출처에 혼동을 일으킬 수가 있으므로,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소정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해 A의 손을 들어 주었다.

지금까지 모방 등록상표에 대한 선사용 상표 사용자의 대응방안에 대해 검토했다. 앞으로 모방 상표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바, 기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미리 미리 적절한 대응수단을 숙지해 놓는 것이 브랜드 보호에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법률사무소 민후 김경환 변호사>hi@minwho.kr
<법률사무소 민후>www.minwh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