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핵심 센서 하나 못만드는 한국…'IoT 변방국' 전락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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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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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까지 밀린 사물인터넷 핵심기술 (1) 중국에도 뒤진 센서
한국 센서기술력 美의 63%…부품 80% 수입해 조립 그쳐
센서는 다품종 소량생산…中企에 유리하지만 기반 약해
구조적으로 경쟁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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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 기조연설에서 20여종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초소형 후각 센서, 미세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작 인식 센서 등을 소개했다. 윤 사장의 연설 주제는 ‘사물인터넷(IoT)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다’였다. 지능화한 첨단 센서가 IoT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반적인 센서 산업 경쟁력은 매우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약한 센서 기술력이 다가올 IoT 시대에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IoT 감각기관 센서
‘스마트폰 스크린에 떠 있는 물체의 질감을 손으로 느낀다. 인간이 듣지 못하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해 천재지변을 빠르게 예측한다. 사람이 호흡할 때 날숨의 냄새를 통해 간 콩팥 폐 등의 질환 위험을 미리 진단한다.’ 미국 정보기술(IT)업체 IBM이 내다본 미래 생활상이다. IBM은 “5년 안에 컴퓨터가 인간처럼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 오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첨단 센서 기술이다.
센서란 물리 화학 생체 등의 정보를 감지, 취득해 컴퓨터나 이용자가 읽을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장치를 의미한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주위 환경을 파악하는 것과 같이 컴퓨터는 센서를 통해 정보를 획득한다. 컴퓨터의 감각기관인 것이다.
IoT는 무선 통신망으로 연결된 기기들이 사람의 개입 없이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정보의 획득과 생성을 담당하는 것이 센서다. IoT 시대가 고도화함에 따라 센서 수요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센서가 없으면 스마트 홈이나 무인 자동차, 원격 진료 등은 불가능하다”며 “정확한 정보 획득을 위해 센서는 점점 더 정교화·지능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센서가 제조업 지형 바꾼다
세계 산업계는 앞으로 5년 내 센서가 제조업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반 승용차에 들어가는 센서는 200여개다. 1990년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휴대폰에 장착하는 센서도 2000년 4~5개에서 20여개로 증가했다. 센서는 자동차,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로봇, 환경, 국방·보안, 의료, 가전, 계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센서 산업은 이미 급성장세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세계 센서 시장 규모가 2010년 641억달러(약 70조원)에서 올해 1050억달러(약 113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엔 1417억달러(약 15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센서 80% 수입 의존
그렇다면 한국의 센서 산업 경쟁력은 어떨까. 산업통상자원부와 전자부품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센서 기술력은 세계 센서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센서 소재·소자 분야 기술력은 50%로 더 떨어진다.
국내 센서업체들은 대부분 저가형 일반 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나노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지능화한 미래형 첨단 센서를 생산하는 업체는 드물다. 그나마 있는 첨단 센서 생산업체들도 대부분 선진국으로부터 소재나 소자를 수입해 단순 가공하거나 조립하고 있다. 국내 센서업체의 60%가량은 연매출이 50억원 미만일 정도로 영세하다. 기술력이 낮은 탓에 국내 수요의 대부분인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로봇용 시각 센서에선 국산화율이 10% 미만이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첨단 센서는 기술력 부족으로 선진국에 밀리고 일반 센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샌드위치’ 상태”라고 했다.
기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이다. 국내 센서 산업은 구조가 열악해 발전이 더딘 반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정부가 센서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서다.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센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개발을 주도한다”며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갖춘 한국은 중소기업 기반이 탄탄하지 못해 경쟁력에서 뒤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한국 센서기술력 美의 63%…부품 80% 수입해 조립 그쳐
센서는 다품종 소량생산…中企에 유리하지만 기반 약해
구조적으로 경쟁력 취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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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5 기조연설에서 20여종의 냄새를 구별할 수 있는 초소형 후각 센서, 미세 움직임을 파악하는 동작 인식 센서 등을 소개했다. 윤 사장의 연설 주제는 ‘사물인터넷(IoT)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다’였다. 지능화한 첨단 센서가 IoT에 꼭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전반적인 센서 산업 경쟁력은 매우 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취약한 센서 기술력이 다가올 IoT 시대에 한국 산업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IoT 감각기관 센서
‘스마트폰 스크린에 떠 있는 물체의 질감을 손으로 느낀다. 인간이 듣지 못하는 미세한 소리를 감지해 천재지변을 빠르게 예측한다. 사람이 호흡할 때 날숨의 냄새를 통해 간 콩팥 폐 등의 질환 위험을 미리 진단한다.’ 미국 정보기술(IT)업체 IBM이 내다본 미래 생활상이다. IBM은 “5년 안에 컴퓨터가 인간처럼 촉각 시각 청각 미각 후각 등 오감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첨단 센서 기술이다.
센서란 물리 화학 생체 등의 정보를 감지, 취득해 컴퓨터나 이용자가 읽을 수 있는 신호로 바꾸는 장치를 의미한다. 인간이 오감을 통해 주위 환경을 파악하는 것과 같이 컴퓨터는 센서를 통해 정보를 획득한다. 컴퓨터의 감각기관인 것이다.
IoT는 무선 통신망으로 연결된 기기들이 사람의 개입 없이 정보를 서로 주고받아 스스로 일을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정보의 획득과 생성을 담당하는 것이 센서다. IoT 시대가 고도화함에 따라 센서 수요는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센서가 없으면 스마트 홈이나 무인 자동차, 원격 진료 등은 불가능하다”며 “정확한 정보 획득을 위해 센서는 점점 더 정교화·지능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센서가 제조업 지형 바꾼다
세계 산업계는 앞으로 5년 내 센서가 제조업 지형도를 바꿀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반 승용차에 들어가는 센서는 200여개다. 1990년에 비해 4배가량 늘었다. 휴대폰에 장착하는 센서도 2000년 4~5개에서 20여개로 증가했다. 센서는 자동차, 모바일 기기뿐 아니라 로봇, 환경, 국방·보안, 의료, 가전, 계측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
센서 산업은 이미 급성장세다. 전자부품연구원은 세계 센서 시장 규모가 2010년 641억달러(약 70조원)에서 올해 1050억달러(약 113조원)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엔 1417억달러(약 153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센서 80% 수입 의존
그렇다면 한국의 센서 산업 경쟁력은 어떨까. 산업통상자원부와 전자부품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센서 기술력은 세계 센서 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63% 수준에 불과하다. 센서 소재·소자 분야 기술력은 50%로 더 떨어진다.
국내 센서업체들은 대부분 저가형 일반 센서를 생산하고 있다. 반도체 나노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micro electro mechanical systems) 등 다양한 기술을 접목한 지능화한 미래형 첨단 센서를 생산하는 업체는 드물다. 그나마 있는 첨단 센서 생산업체들도 대부분 선진국으로부터 소재나 소자를 수입해 단순 가공하거나 조립하고 있다. 국내 센서업체의 60%가량은 연매출이 50억원 미만일 정도로 영세하다. 기술력이 낮은 탓에 국내 수요의 대부분인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로봇용 시각 센서에선 국산화율이 10% 미만이다. 전자부품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첨단 센서는 기술력 부족으로 선진국에 밀리고 일반 센서는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샌드위치’ 상태”라고 했다.
기술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전망이다. 국내 센서 산업은 구조가 열악해 발전이 더딘 반면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미국 일본 독일 등은 정부가 센서 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어서다. 조신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장은 “센서는 다품종 소량 생산의 특성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개발을 주도한다”며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갖춘 한국은 중소기업 기반이 탄탄하지 못해 경쟁력에서 뒤처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