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경향] 사물인터넷은 ‘장밋빛 미래’인가?
최고관리자
2015-01-2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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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새로운 기술 도입·확산 부작용 만만찮을 듯… 해킹 등 보안사고 가장 큰 우려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최대 화두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밝힌 사물인터넷의 뜻은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과도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통신환경’이다. 인간 간의 통신은 물론 사물과 사물 간, 사물과 인간 간 통신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사물인터넷의 진화와 정책적 제언’ 보고서를 보면 ICT 산업에서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99년이다. 당시 P&G의 케빈 애쉬튼이 전자태그(RFID)와 센서가 사물에 탑재돼 사물인터넷이 구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로 ‘머신투머신’(M2M)의 영역이다.
사물인터넷은 M2M을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당시에 불가능했던 사물과 인간 간의 통신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스마트폰 등의 매개체가 필요하다.
구글이 개발 중인 스마트 숟가락. | 경향신문 자료사진
삼성·애플·구글 등 주도권 다툼 치열
사물인터넷을 가장 체감하기 쉬운 사례가 바로 스마트TV다. 인터넷과 연결된 TV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고 쇼핑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털TV 리서치에 따르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TV 세트는 2010년 전 세계에 1억300만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인터넷 연결 TV는 3억3900만대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9억6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한국의 스마트TV 사랑은 각별하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전체 TV 중 인터넷 연결 TV의 비중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한국이 2020년 52.7%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50.6%), 일본(48.6%), 미국(47%) 등이 뒤를 이었다.
사람의 손떨림 동작을 센서로 인식해 음식물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스마트 숟가락’, 화분 속 습도와 온도를 자동으로 체크해 식물의 생육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 화분’ 등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기기는 무궁무진하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PC,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제외하고도 사물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기기 수가 2020년에는 260억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09년(9억대)의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양식장.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전기기 등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홈 서비스도 주목받는 사물인터넷 분야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오는 2019년쯤엔 4가구당 1가구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 구글, 삼성 등 글로벌 ICT 기업 간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스마트홈에서 쓰이는 통신표준과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각자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존 산업과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전남의 한 장어농가에서 선보인 ‘스마트 양식장 관리시스템’은 1차 산업인 양식업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결합한 사례다. 장어양식장 수조 등에 설치된 감지센서와 LTE 통신망 등을 이용해 수조의 수온·수질·산소량 등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준다. 관리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해당 조건들을 실시간으로 원격관리할 수도 있다. 산소가 조금만 부족해도 큰 피해를 보는 장어양식인 까닭에 정교한 계측시스템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교통, 교육, 의료, 복지 등 공공영역에서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이 ‘장밋빛 미래’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이버시 고려한 법제화 필요”
가장 큰 우려는 해킹 등 보안사고의 문제다.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의미는 뒤집어 말하면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소통하는 과정을 엿보고 엿듣기 위한 시도는 증가할 것이다.
글로벌 보안기업 포티넷은 올해 주요 보안 이슈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의 보안위협 급증’을 꼽았다. 지난해 ‘하트블리드’나 ‘쉘쇼크’와 같은 보안 취약점 공격 악성코드가 올해는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으로 식물을 키워주는 스마트 화분. | 경향신문 자료사진
포티넷은 “점점 더 많은 디바이스가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해커들은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홈 자동화 및 보안시스템, 웹캠(웹카메라) 등의 취약점을 겨냥한 공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홈 자동화시스템 해킹으로 어느날 갑자기 집의 냉장고가 꺼져 음식이 모두 상하고, 며칠간 휴가를 다녀온 사이 내내 난방이 이뤄져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웹캠이 자동으로 켜져 내 사생활이 인터넷을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될 수도 있다. 이는 가벼운 사례일 뿐 보안시스템과 같은 중요한 시스템이 해킹당할 경우 큰 인적·물적 피해를 볼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사물인터넷은 지속적이고도 실시간적인 정보수집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이용자 행태 및 성향 정보가 악용될 여지가 높다”고 밝혔다. 예컨대 사물인터넷으로 이용자의 전력소비량에 대한 정보를 시간대별로 수집하게 될 경우 사실상 이용자의 생활패턴 등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물인터넷은 기기 및 네트워크 간 상호 호환성을 전제로 하기에 보안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진다”며 “최근 유럽연합(EU) 등지에서 법제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비스 설계 시 프라이버시 고려 규정’을 우리 법제에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truejs@kyunghyang.com>
올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최대 화두는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IoT)이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밝힌 사물인터넷의 뜻은 ‘언제나, 어디서나, 무엇과도 연결될 수 있는 새로운 통신환경’이다. 인간 간의 통신은 물론 사물과 사물 간, 사물과 인간 간 통신이 가능한 것을 말한다.
사물인터넷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사물인터넷의 진화와 정책적 제언’ 보고서를 보면 ICT 산업에서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건 1999년이다. 당시 P&G의 케빈 애쉬튼이 전자태그(RFID)와 센서가 사물에 탑재돼 사물인터넷이 구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바로 ‘머신투머신’(M2M)의 영역이다.
사물인터넷은 M2M을 포함하는 확장된 개념이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당시에 불가능했던 사물과 인간 간의 통신도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 과정에는 스마트폰 등의 매개체가 필요하다.
구글이 개발 중인 스마트 숟가락. | 경향신문 자료사진
삼성·애플·구글 등 주도권 다툼 치열
사물인터넷을 가장 체감하기 쉬운 사례가 바로 스마트TV다. 인터넷과 연결된 TV를 통해 콘텐츠를 즐기고 쇼핑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지털TV 리서치에 따르면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TV 세트는 2010년 전 세계에 1억300만대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난해 인터넷 연결 TV는 3억3900만대로 늘어났고, 2020년에는 9억65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한국의 스마트TV 사랑은 각별하다. 같은 조사에서 향후 전체 TV 중 인터넷 연결 TV의 비중을 국가별로 살펴보면 한국이 2020년 52.7%로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50.6%), 일본(48.6%), 미국(47%) 등이 뒤를 이었다.
사람의 손떨림 동작을 센서로 인식해 음식물이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스마트 숟가락’, 화분 속 습도와 온도를 자동으로 체크해 식물의 생육상태를 알려주는 ‘스마트 화분’ 등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기기는 무궁무진하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는 PC, 태블릿 PC, 스마트폰을 제외하고도 사물인터넷 기능을 탑재한 기기 수가 2020년에는 260억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2009년(9억대)의 30배에 달하는 수치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스마트 양식장. | 경향신문 자료사진
가전기기 등이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스마트홈 서비스도 주목받는 사물인터넷 분야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오는 2019년쯤엔 4가구당 1가구는 스마트홈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애플, 구글, 삼성 등 글로벌 ICT 기업 간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스마트홈에서 쓰이는 통신표준과 플랫폼을 개발하기 위해 각자 연구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기존 산업과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SK텔레콤이 최근 전남의 한 장어농가에서 선보인 ‘스마트 양식장 관리시스템’은 1차 산업인 양식업과 사물인터넷 기술이 결합한 사례다. 장어양식장 수조 등에 설치된 감지센서와 LTE 통신망 등을 이용해 수조의 수온·수질·산소량 등의 상태를 스마트폰으로 전송해준다. 관리자는 스마트폰을 통해 해당 조건들을 실시간으로 원격관리할 수도 있다. 산소가 조금만 부족해도 큰 피해를 보는 장어양식인 까닭에 정교한 계측시스템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이 인간의 삶을 보다 편리하고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교통, 교육, 의료, 복지 등 공공영역에서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 진행 중이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이 ‘장밋빛 미래’만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과 확산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프라이버시 고려한 법제화 필요”
가장 큰 우려는 해킹 등 보안사고의 문제다.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의미는 뒤집어 말하면 모든 것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뜻이 된다. 사물과 사물, 사물과 인간이 소통하는 과정을 엿보고 엿듣기 위한 시도는 증가할 것이다.
글로벌 보안기업 포티넷은 올해 주요 보안 이슈 중 하나로 ‘사물인터넷의 보안위협 급증’을 꼽았다. 지난해 ‘하트블리드’나 ‘쉘쇼크’와 같은 보안 취약점 공격 악성코드가 올해는 사물인터넷 분야에서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으로 식물을 키워주는 스마트 화분. | 경향신문 자료사진
포티넷은 “점점 더 많은 디바이스가 네트워크와 연결되면서 해커들은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경로를 찾아 진입을 시도할 것”이라며 “홈 자동화 및 보안시스템, 웹캠(웹카메라) 등의 취약점을 겨냥한 공격이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홈 자동화시스템 해킹으로 어느날 갑자기 집의 냉장고가 꺼져 음식이 모두 상하고, 며칠간 휴가를 다녀온 사이 내내 난방이 이뤄져 ‘요금 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웹캠이 자동으로 켜져 내 사생활이 인터넷을 통해 적나라하게 노출될 수도 있다. 이는 가벼운 사례일 뿐 보안시스템과 같은 중요한 시스템이 해킹당할 경우 큰 인적·물적 피해를 볼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등 사생활 침해 문제가 발생할 우려도 높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대부분의 사물인터넷은 지속적이고도 실시간적인 정보수집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매우 민감할 수 있는 이용자 행태 및 성향 정보가 악용될 여지가 높다”고 밝혔다. 예컨대 사물인터넷으로 이용자의 전력소비량에 대한 정보를 시간대별로 수집하게 될 경우 사실상 이용자의 생활패턴 등을 손쉽게 알아낼 수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사물인터넷은 기기 및 네트워크 간 상호 호환성을 전제로 하기에 보안면에서 상당히 취약한 구조를 가진다”며 “최근 유럽연합(EU) 등지에서 법제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서비스 설계 시 프라이버시 고려 규정’을 우리 법제에 도입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송진식 경향신문 산업부 기자 truej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