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스마트폰에 빠지는 이유
최고관리자
2013-02-0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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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형태 교사의 스마트 교실
따로 즐길 만한 놀이 없어…스트레스 해소 유일한 방법
학교나 학원, 심지어 가정에서까지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조그만 스마트 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고 학습하며 새로운 세상과 만나며 논다. 딱히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친구인 것이다.
얼마 전 경기도교육청이 최근 도내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까지 145만여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이용 습관을 조사한 결과 66%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이 가운데 45%가 하루 평균 1~3시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하루 5시간 이상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는 학생도 10%나 됐다.
아이들이 이토록 스마트폰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게임을 하기 위해?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보기 위해? 물론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요즘 스마트시대에는 아이들이 딱히 놀만한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체육 활동이나 자유 시간이 주어졌을 때 아이들이 할 줄 아는 놀이라고는 축구와 피구 정도밖에 없다는 게 서글픈 현실이다.
이렇게 힘든 우리 아이들을 위해 최근 ‘놀이’에 대한 재조명이 일어나고 있다. 유희(遊戱)하는 인간이란 뜻의 호모루덴스(homo ludens), 놀이운동가가 말하는 ‘놀이밥’ 등의 말이 그것이다. 놀이는 대한민국 교육 구호에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창의성’을 가장 효과적으로 기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놀이가 더이상 재미를 주지 못할 때 아이들은 자발적으로 새로운 방법이나 해결책을 찾는다. 서로 약속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문제해결력, 우리가 흔히 말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능력들을 자연스레 기른다.
학교에서 많은 선생님들이, 학부모들이 놀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지만 그 효과는 생각만큼 좋지 않다. 놀이가 놀이 자체로서 전수되는 게 아니라 학습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동네 형에서 동생에게 전수되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이용하여 놀이를 즐겼다면 지금은 딱지나 막대기조차도 동네 문방구에서 사야 한다.
놀이를 있는 그대로 즐기면서 배우는 것과 즐기기 위해 배우는 건 엄청난 차이가 있다. 배워야 할 게 너무 많은 아이들에겐 놀이가 학습과 같이 인식되면 놀이를 놀이로 즐길 수 없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즐거움을 추구하며, 그 안에서 관계와 소통을 배운다. 일상적인 혹은 삶과 동떨어진, 자유로운 활동 영역에서 학생들은 상상력과 창의력을 배운다. 이해관계나 목적의식 없이 삶을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즐기는 방법을 익힌다.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니라 룰 지키기와 최선을 다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함을 경험을 통해 배운다. 결국 놀이는 돈 주고도 배울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다양하고 복잡한 기술이나 소양을 가르쳐준다.
세계 각국의 초등 4학년생과 중학교 2학년생 60만명을 대상으로 한 ‘TIMSS 2011’에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2위, 과학 성취도는 1위,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1위, 과학 성취도는 3위였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수학에 대한 자신감은 50개국 중 49위(50위는 일본),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50개국 중 50위였다.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의 수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50개국 중 50위, 과학 학습에 대한 흥미도는 50개국 중 48위(49위 핀란드, 50위 아제르바이잔)를 차지했다.
아이들의 수학·과학의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인 데 반해 흥미도나 자신감에서 세계 꼴찌… 한마디로 우리 아이들은 누군가에게 내몰려 불안해하고 재미있지도 않다. 교육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육체적·정신적 스트레스를 어디에서도 풀 수 없다. 스마트하다는 것은 단순히 기기적인 것, 환경적인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아이들이 21세기를 자주적으로 살아갈 역량을 기른다면 기기나 환경이 스마트하지 않아도 스마트하게 활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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