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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다가오는 사물인터넷 시대…소비유통혁명 '인치쇼핑'

최고관리자
2014-11-03 09:32 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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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장을 보려고 집 근처 대형마트에 들러 필요한 물품을 고르는 주부 A씨.


ESL·NFC가 견인차 역할…새로운 IT·모바일 생태계 조성

정육 코너에서 포장된 쇠고기를 살펴본 뒤 진열대 위의 전자가격표시기(ESL·Electronic Shelf Label)로 스마트폰을 가져가자 스마트폰 속 장바구니에 쇠고기가 담긴다.

장바구니 옆에는 방금 산 물품 목록과 구매 금액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20여 분만에 장보기를 끝낸 A씨는 계산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매장을 나와서는 인근 스타벅스에 들러 커피 한잔을 마신 뒤 집으로 향한다.

얼마 뒤 집으로 배송돼 온 물품들을 꼼꼼히 확인한 A씨가 스마트폰의 구매 확인 버튼을 누르자 최종 결제가 이뤄졌다는 메시지가 뜬다.

사물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는 사물인터넷(IoT) 기술 덕분에 머지않아 경험하게 될 새로운 쇼핑문화를 상상해 본 것이다.

◇ 다가오는 유통·소비혁명 '인치쇼핑'

최치준 삼성전기 사장은 2주 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적인 유통산업계 행사인 '월드리테일콩그레스(WRC)'에서 한 '사물인터넷 시대의 새로운 기회"라는 주제발표에서 IT기술과의 융합으로 급변하는 유통·소비산업을 언급하며 '인치쇼핑(inch shopping)'이라는 개념을 제시해 관심을 모았다.

인치쇼핑이란 스마트폰과 ESL을 이용해 1인치 내에서 이뤄지는 간단한 터치 동작만으로 모든 쇼핑 절차가 완료되는 미래형 쇼핑문화를 뜻한다.

인치쇼핑이 보편화되면 쇼핑카트 가득 물품을 담고서 10∼20분씩 계산대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옛일이 될 것이다.

무선통신으로 연결된 수천 개의 ESL이 매장 내 구매자에게 해당 제품의 가격, 유효기간, 원산지, 유통경로 같은 필수 정보는 물론 경쟁사의 가격과 관련 뉴스 등 최신 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제공하게 된다.

일반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이를 구현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 ESL, 유통·소비혁명의 견인차

업계에서는 유통·소비산업의 혁신을 가져올 견인차가 될 신사업으로 ESL에 주목하고 있다.

ESL은 세계 시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2천500억원으로 아직 초기 단계다. 하지만 선진 유통시장인 유럽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전기가 비교적 발 빠른 대응을 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3년 전 유럽 업체들이 주도하던 ESL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현재 시장점유율이 40%로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ESL은 종이나 플라스틱에 적어서 표시해온 제품 가격을 디스플레이로 표시할 수 있게 해주는 소형 단말기다.

아직은 가격이나 기본적인 구매정보를 표시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한 매장 내 수천 개에 달하는 품목별 가격을 수정할 때 직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일일이 수작업으로 하던 것을 컴퓨터로 수분 만에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것만으로도 유통업체의 업무 효율을 상당히 높여준다.

◇ NFC, 새로운 IT·모바일 생태계 조성

최근 이 같은 ESL 사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채비를 하고 있다.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인 NFC(near field communication)의 보급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IT·모바일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NFC는 13.56MHz 주파수를 사용해 10㎝ 이내 거래에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비접촉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 규격이다.

무엇보다 터치 동작 한번으로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기 때문에 쉽고 직관적이다. 통신거리가 짧아 보안이 우수하고 가격도 저렴하다.

얼마 전까지 인기를 끌다 수그러든 QR코드처럼 주변 조명의 제약을 받지 않고 카메라로 초점을 맞출 필요도 없다.

앞으로 ESL에 NFC가 결합되면 스마트폰과 ESL의 정보 교환이 자유로워지면서 더욱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NFC 인프라는 이미 상당히 갖춰진 상태다.

시장조사기관인 IHS테크놀로지(옛 아이서플라이)는 NFC를 탑재한 스마트폰 출하량은 올해 4억1천600만대에서 2018 년 12억대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경우 NFC 탑재 비중이 이미 90%를 웃돈다.

다만 NFC가 스마트폰에 본격 탑재된 것은 2012년부터지만 그동안 관련 업체들간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인해 정체 상태에 있었다.

◇ 앞당겨지는 사물인터넷 시대

이런 가운데 최근 애플이 NFC 사업에 뛰어들면서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달 출시된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는 NFC 기반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가 탑재됐다.

구글은 3년 전부터 NFC 기반의 전자지갑인 구글월렛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에도 이동통신회사와 금융회사를 중심으로 NFC 결제서비스가 보급돼 있다.

국내 최대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인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다음카카오는 지난달 NFC 기반 모바일 결제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론칭해 가입자를 늘려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NFC 중심의 IT·모바일 환경이 사물인터넷 시대를 한 발짝 더 앞당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NFC 생태계 구축으로 생활 패턴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며 "이는 유통산업과 소비문화의 혁신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