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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AI도 ‘발명자’가 될 수 있을까···한국선 “아니다”, 다른 나라는?

최고관리자
2022-10-11 09:35 4,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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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이 지난달 말 ‘인공지능(AI)은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최종 판단을 내렸다. 그렇다면, 해외는 어떨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자연인’이 아닌 ‘AI’는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래에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해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며,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국인 AI 개발자, “AI도 발명자로 인정해줘야”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미국의 AI 개발자 스티븐 테일러 교수가 ‘다부스(DABUS)’라는 이름의 AI를 발명자로 표시한 발명품(제품)에 대해 국제특허를 출원하면서 시작됐다. 테일러 교수는 자신의 AI 프로그램인 ‘다부스’가 자신도 모르는 발명을 스스로 했다고 주장하면서 2018 년부터 한국 등 전세계 16개국에 특허를 출원했다. 테일러 교수는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에 대해 학습한 뒤 식품 용기 등 2개의 발명품을 스스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나는 이 발명과 관련된 지식이 없고, 내가 개발한 ‘다부스’가 일반적인 지식을 학습한 뒤에 식품용기 등 2개의 서로 다른 발명품을 스스로 창작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테일러 교수에 따르면 다부스는 ‘레고처럼 오목·볼록부가 반복된 프랙탈 구조를 가져 손에 쥐기 쉬운 식품용기’와 ‘신경 동작 패턴을 모방해 집중도를 높여주는 램프’ 등 두 가지를 발명했다.

테일러 교수의 국제특허 출원 이후 각국에서는 ‘AI가 발명자가 될 수 있는가’라는 주제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빚어졌다.



한국 특허청,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어”

11일 특허청에 따르면 특허청은 ‘자연인이 아닌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출원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AI가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특허 출원에 대해 지난달 28일 ‘무효처분’을 내렸다.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 출원에 대해 무효처분이 내려지면 해당 출원은 처음부터 없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런 처분은 이미 예상이 된 바 있다. 한국의 특허법과 관련 판례는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허청은 이런 법 규정 등을 바탕으로 지난 2월 테일러 교수의 특허출원에 대해 ‘AI를 발명자로 한 것을 자연인으로 수정하라’는 보정요구서를 보냈다. 하지만, 테일러 교수 측은 이런 특허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특허청은 최종적으로 출원 무효처분을 내렸다.



주요국 “AI는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어”

미국·영국·독일 등 대부분의 국가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자연인만을 발명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과 비슷한 판결이 각국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현재 테일러 교수의 AI가 발명했다는 제품에 대한 특허를 놓고 특허심판 또는 소송이 진행되고 있거나 종료된 나라 및 기관은 미국, 영국, 독일, 호주와 유럽특허청(EPO) 등이다. 브라질, 캐나다, 중국, 인도, 이스라엘, 일본, 뉴질랜드, 사우디아라비아, 스위스, 대만 등은 특허가 출원돼 있는 단계다.

‘특허의 나라’ 미국에서는 2020년 4월 일찌감치 거절 결정이 나왔다. 미국이 AI를 발명자로 한 특허를 내줄 수 없다고 밝힌 이유 역시 ‘발명자는 자연인에 한정한다’는 규정이었다. 이후 이 사건에 대한 항소는 2021년 9월 버지니아동부지법과 2022년 8월 연방순회항소법원에서 각각 기각됐다.

유럽특허청은 2020년 1월 ‘AI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출원서에 발명자가 기재되지 않은 출원은 무효’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이 건은 유럽특허청의 심판원에 항소됐지만, 2021년 12월 역시 기각됐다.

영국에서도 “AI는 발명자가 될 수 없다”는 등의 결정이 나왔다. 이후 1심 법원에서는 특허 등록 거절 판결이, 항소법원에서는 기각 판결이 각각 나왔다.



남아공 등 일부 국가에서는 AI를 발명자로 ‘인정’

하지만,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나라도 나타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2021년 7월 28일 AI에 대해 특허를 부여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남아공의 경우 특허 출원이 들어온 사안에 대해 심사를 하지 않고 등록해주는 ‘무심사주의’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형식적 요건만 심사한 뒤 등록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연방특허법원에서는 지난 3월 자연인만 발명자로 인정하되 발명자의 성명을 기재할 때 AI에 대한 정보를 병기하는 것도 허용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 판결에 대해서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호주의 경우는 연방 1심 법원에서 2021년 7월 AI를 발명자로 인정하는 판결이 나왔지만, 2022년 4월 열린 항소심에서는 AI를 발명자로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항소심에 참석한 판사들은 모두 ‘1심 법원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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